'대한민국 수입차 20년' 배척해야할 사치품에서 자동차 산업 발달의 초석에 이르기까지


[STRADA no.90 2008 .01]
 

지난해 12월 3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수입차개방 20주년을 맞아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기념행사를 가졌다. 협회장이자 한불모터스 대표인 송승철 회장을 비롯해 13개 회원사 24개 브랜드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 자리에선 지나온 20년 역사를 되돌아보는 순서도 가졌다. 1987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국내 최초의 공식 수입차가 등장한다. 브랜드는 단 하나, 메르세데스-벤츠였다. 대형차를 중심으로 한국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첫 해 판매대수는 고작 10대. 20년이 지난 오늘의 실정과 비교하면 상상 조차할 수 없는 규모였다. 그렇게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수입차 시장도 많은 변화를 거쳤다. 초기에는 차값의 50%에 이르는 관세, 세무조사 등 많은 어려움을 안고 출발했다. 이후 1995년 제1차 한미 자동차 MOU 체결을 통해 수입차에 대한 관세와 취득세가 인하되었고 각종 제도가 개선되었다. 마침내 1996년 수입차 개방 10년 만에 누적판매 1만 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차값의 50%를 관세로 물리던 초기 수입차

그러나 1997년 IMF 사태를 맞아 판매는 다시 2천 대 수준으로 급락했다. 위기 속에서도 수입차협회와 업계관계자의 다각적인 노력 끝에 2000년에 들어 다시 3천 대 수준을 회복했다. 이후 매년 20~30%의 성장세를 이어와 마침내 2007년 5만 대 시대를 맞게 된다. 개방 20년 만에 처음으로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 5%를 기록한 셈이다.

이렇게 성장세를 이어왔으나 여전히 시장이 폐쇄적인 것은 사실이다. 다만 2008년부터 새로 더해질 유럽, 일본 메이커를 시작으로 다시 한번 도약기를 기대하고 있다. 30대의 수입차 구매율이 점차 높아지고 2천cc급, 5천만 원 이하의 수입차가 규모를 늘려감에 따라 시장을 내다보는 전망도 밝다.

수입차 개방 20년을 되돌아보면 초기 10년은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데 일조한 시기였다. IMF 경제위기를 거쳐 다시금 도약기에 접어든 시장은 다양한 브랜드가 하나둘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본격적인 성장기를 준비하는 시기였다.

무조건 배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던 소비자의 분위기도 이제 ‘일정부분 수입차 시장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여론으로 모아지고 있다. 사실상 독점체제로 유지되고 있는 국산차에 대한 견제세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입차 시장이 커지면서 국산차의 품질과 성능이 이전과 몰라보게 달라졌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여기에 고객 서비스의 질적 향상도 이끌어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수입차는 단지 소수를 위한 소비재 차원을 넘어 기술과 서비스, 품질 등 자동차 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성장을 이끌어온 대상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런 수입차 시장의 성장을 크게 시장개방과 개척기, 시련기, 성장기로 나눈다. 짧은 않은 역사를 이끌어온 이 땅의 수입차 20년, 그리고 베스트셀러 모델을 되돌아보자.
 

 
 

포드가 머큐리 세이블을 들여오면서 통계가 시작된 1994년부터 이듬해까지 수입차 시장 베스트셀러를 차지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생경했던 머큐리 브랜드 대신 포드임을 내비쳤다. 덕분에 앞 범퍼는 물론 스티어링 휠에도 머큐리 이니셜과 앰블럼이 뚜렷했다.

거대한 차 크기에 비해 실내는 그리 넓지 않았다. 초기 모델 가운데 스티어링 칼럼에 시프트 레버를 단, 앞 벤치타입 시트를 단 6인승 모델도 들여왔다. 요즘이야 스티어링 휠에 오디오 볼륨버튼을 다는 일이 어려운 게 아니나 당시 만해도 어려운(?) 기술이었다. 세이블은 스티어링 휠과 가장 가까운 인스트루먼트 패널에 볼륨 레버를 꽂아 넣어 신기함도 자아내곤 했다.

판매 원년인 1994년에 904대, 이듬해인 1995년에는 885대가

팔리면서 2년 연속 수입차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94년 2위 볼보 940GL이 388대, 95년 2위 사브 9000이 363대를 팔았던 것에 비교하면 당시 독보적인 베스트셀러나 마찬가지였다.
 

 
 
 

크라이슬러를 수입하던 우성그룹에서 스트라투스를 들여오며 그야말로 대박(594대)을 냈다. 독보적 베스트셀러인 포드 세이블의 단종이 원인이기도 했다. 당시 기준으로 앞 유리가 보닛 앞쪽까지 쭉 뻗어나간 캡 포워드 디자인은 ‘하이오너를 위한 컴팩트 세단’을 지향했다.

연간 판매대수는 885대. 만년 2위 볼보 940GL이 터보까지 얹어 공세를 펼쳤으나 이미 디자인이 식상해진 뒤였다.

머큐리 세이블을 단종하고 토러스를 들여올 계획을 세운 포드가 공백기를 너무 길게 잡은 탓에 스트라투스가 1위로 치고 올랐다. 하반기에 등장한 포드 토러스는 세이블의 중후함 멋대신 동글동글 너무 앞서간 디자인 탓에 초기 판매가 곤두박질쳐 7위(292대)로 밀려났다. 1996년은 스트라투스의 선전과 함께 베스트 10에는 8위 비전(284대), 9위 뉴요커(270

대), 10위에는 캐러밴(241대)가 이름을 올리며 고르게 팔렸다.
 

 
 
 

마침내 토러스의 대반격이 시작되었다. 1997년형은 이전의 각지고 무거운 디자인을 버리고 날렵한 모양새로 되돌아왔다.

본격적인 판매원년이었던 1997년에 690대가 팔리며 다시 베스트셀러 자리를 탈환했다. 동시에 전년도 1위인 스트라투스는 468대를 팔았음에도 2위 자리로 물러났다.

새 토러스는 이전의 세이블과 엔진과 트랜스미션을 같이 썼으나 내장재를 고급스럽게 바꾸고 브랜드 이미지 포드를 굳건히 지킨 덕에 꾸준히 팔려나갔다.

1996년 잠시 주춤했던 수입차 판매도 다시금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당시 한보그룹 사태와 기아의 부도위기 등 악재가 겹치기 시작하면서 수입차 시장도 타격을 입

기 시작했다.

나라 안팎에서 한국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은 시장이 바로 수입차 시장이었다.

포드 토러스가 당당히 수입차 베스트셀러에 올랐음에도 샴페인을 터트리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IMF 경제위기의 영향은 수입차 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1998년 수입차 시장은 그야말로 초상집과 다르지 않았다. 적절한 마케팅 대안도 없던 시절, 그저 공격적인 할인판매로 간신히 맥을 이었다.

판매 1위는 모두 152대가 팔린 링컨 컨티넨탈이다. 한때 토러스가 1천대를 육박하는 판매고를 올렸던 때와 비교해 15% 수준이었다. 그 시절 시장상황을 잘 대변하는 수치이기도 하다.

1998년 베스트10에 이름을 올린 차들은 크라이슬러 네온과 폭스바겐 파사트 정도. 당시 베스트 10의 판매 대수를 모두 합쳐도 한때 토러스 혼자 기록했던 판매대수에 못 미쳤다. 3위인 토러스가 133대를 팔았고 4위(포드 익스플로러)는 모두 100대 미만을 기록했다. 당시 수입차업계에 몸담았던 관

계자에 따르면 1년 동안 단 한 대도 팔리지 않는 모델도 있었다. 본격적인 수입차 개방에 맞춰 승승장구하던 포드가 1998년을 기점으로 수입차 시장에서 쇠락기에 접어든 때도 이 시점이다.
 

 
 
 

1999년부터 수입차업계는 미국위주의 모델에서 유럽 모델 위주로 주인공이 바뀌기 시작했다. 아직 IMF의 여파가 잔상으로 남아있었으나 유럽차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시장의 회복기를 노리고 있었다.

20세기 마지막을 장식한 수입차 시장 베스트셀러는 메르세데스-벤츠 S 320 L이었다. 98년 말 풀모델 체인지된 W220 모델을 발 빠르게 들여온 것도 주효했다. 거대한 항공모함 같았던 이전 모델보다 차 크기를 줄이면서 S-클래스를 직접 운전하는 오너드라이버도 늘었다. E-클래스 역시 E240을 들여오면서 연간 79대를 팔아 판매 9위에 올랐다. 물론 판매 1위는 차지했으나 2위부터 6위까지는 사이는 모두 BMW가 독식했다. 5시리즈와 3시리즈를 내세워 시작을 점유하기 시작했다. 2위 520i는 모두 122대가 팔리면서 1위 S-클래스를 18대 차이로 바짝 쫓았다.

 
 
 
 

마침내 BMW가 수입차 시장을 석권하기 시작한다. 1위를 차지한 모델은 320i. 유럽풍의 탄탄한 서스펜션과 핸들링을 앞세워 고성능을 지향했고 이 전략이 적중했다. 비교적 낮은 배기량을 앞세워 경제성을 노린 점도 먹혔다.

2위는 528iA(248대), 3위 역시 BMW 523i(207대)가 차지했고 그 뒤로 735iL이 175대를 팔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크라이슬러가 캐러밴(146대)과 그랜드 체로키를 앞세워 7, 8위에 올랐지만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1~10위를 벤츠와 BMW가 나누기 시작한 때다.

특히 BMW 5시리즈는 다양한 배기량을 내세워 라인업을 다진 덕에 모두 3개 모델이 판매 10위권에 진입했다.

상대적으로 엔진 라인업이 부족한 벤츠는 여전히 특정 차종만 볼륨 모델로 내세워 힘겨운 경쟁에 나선 한 해였다.
 

 
 
 

2001년 한해 역시 BMW와 벤츠의 독주였다. 베스트셀러의 판매대수는 여전히 전성기 때에 못 미치는 상황이었으나 판매 7위까지 연간 판매 200대를 넘기며 시장을 밝게 했다. 530i를 선두로 525i와 520i가 인기였다.

2001년은 렉서스 진출 원년이기도 하다. 판매기간이 길지 않아 베스트10에는 LS430과 GS300이 이름을 올렸으나 IS와 ES의 상품성과 가격경쟁력이 뛰어나 벤츠와 BMW를 긴장시켰다.

벤츠와 렉서스, BMW가 독식한 베스트10의 10위에 귀여운 폭스바겐 뉴 비틀이 이름을 올리며 폭스바겐의 전성기를 예고했다.

 
 
 
 

마침내 ES300을 시작으로 렉서스 전성기가 시작된 한 해였다. 2위를 차지한 BMW 530 보다 판매대수 면에서 2배나 앞서며 독보적인 베스트셀러 자리를 예고했다. 경쟁모델보다 조금 낮은 가격에 한결 커 보이는 차체, 넓은 실내, 편안한 운전 등이 메리트였다. 차는 불티나게 팔렸고 월 판매 200대에 육박하는 수준을 보였다. 수입차 시장은 벤츠, BMW, 렉서스의 3강 구도가 형성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ES300은 한때 포드 토러스가 900대 수준을 유지했던 초창기의 볼륨을 재현하기 시작해  데뷔 첫 해 1천855대가 팔렸다. 월드컵 호황을 맞아 나라경제가 활발하게 움직이던 시기였다. 수입차 시장 역시 이런 흐름에 따라 모델 다양화에 나섰다. 각 선진 브랜드가 하나둘 한국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다만 소수의 브랜드가 전체 수입차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비정상적인 성장을 이어갔다.

전체 브랜드가 전년보다 단 1%라도 성장하던 시기였다.
 

 
 
 

수입차 시장 베스트 3위까지 연간 판매 1천 대를 넘어서는 고속성장기가 시작된 때다. BMW 530이 렉서스 ES300을 간신히 물리치고 1위에 올랐으나 마냥 웃을 수는 없었다. 하반기 들어 ES300이 ES330으로 업그레이드되었고 두 모델의 판매집계는 각각 이뤄진 탓이다. ES300과 330 두 모델을 합하면 연간 판매는 2천100대 수준이다. 1위를 차지한 BMW 530보다 1천 대나 많은 수치다. 수입차 업계에선 큰 이변이 없는 한 당분간 렉서스 ES의 독주를 당연한 것으로 전망하곤 했다.

렉서스 LS와 BMW 7시리즈 등 프리미엄 대형 세단이 판매 수위에 오른 점도 국내시장의 특성을 잘 드러낸다.

전년도 베스트10에 단 한 대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메르세데스-벤츠는 모델 체인지된 E-클래스의 선전에 힘입어 8, 9위

에 랭크되었다. S-클래스 역시 엔진 라인업을 다져 10위에 올랐다.
 

 
 
 

2004년과 2005년 베스트셀러는 예상했던 것과 같이 렉서스 ES330이 차지했다. 2004년 3천169대, 이듬해인 2005년에는 조금 주춤하긴 했으나 모두 2천368대가 팔리면서 역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2004년에 브랜드를 론칭한 혼다의 약진도 수입차 시장의 특징이었다. 어코드를 앞세우면서 국산 중대형차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의 가격경쟁력을 내세운 덕이었다. 2004년은 벤츠, BMW, 렉서스 3강 구도에 혼다가 가세한 한 해였다.

이듬해인 2005년은 여기에 아우디가 본격적인 브랜드 론칭을 발표하고 전략적인 마케팅을 내세운 덕에 A6가 오랜만에 베스트10에 이름을 올렸다. 자연스레 BMW가 10위권에서 몇 자리를 양보한 셈이 되었고, 몇몇 브랜드의 독식체계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한 때다. 판매 10걸에는 렉서스가 4개 모델, 혼다가 2개, BMW가 2개, 벤츠와 아우디가 각각 하나씩의 모델을 올렸다.
 

 
 
 

풀모델 체인지된 렉서스 ES350이 여전히 판매수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국산 SUV와 비교해도 가격경쟁력을 갖춘 혼다 CR-V가 2위를 차지했다. 초기 각진 디자인을 벗고 풍만한 보디 스타일을 갖춘 3세대 모델이 등장하면서 판매에 탄력을 받은 덕이다. 전통적인 베스트셀러 BMW 3, 5시리즈가 그 뒤를 이었고, 아우디도 A6를 앞세워 5위에 순위를 올렸다.

렉서스 IS250 역시 2세대로 거듭나면서 모델 체인지 효과를 누려 6위에 랭크되었다. 7위는 혼다 어코드가, 8위에는 파이브헌드레드를 앞세운 포드가 오랜만에 10걸에 이름을 올렸다.

 
 
 
 

2007년 베스트 1위는 11월말 현재 혼다 CR-V가 차지했다. 연간 판매 가운데 처음으로 3천 대를 넘긴 모델이다. 바짝 뒤를 좇은 렉서스 ES350 역시 3천63대가 팔리면서 선전했으나 CR-V의 폭발적 인기에는 한 걸음 물러났다.

3위 BMW 528부터는 판매대수가 2천 대 미만으로 뒤쳐진다. 연초 모델 체인지 때부터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던 인피니티 G35세단이 4위에 올랐다.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반복하던 렉서스 IS250과 BMW 320이 2대 차이로 5, 6위를 차지했다. 9위에 오른 푸조 역시 307SW HDi를 내세워 선전했다. 국내 시장에 왜건은 전혀 가능성이 없다는 편견을 일축한 의미 깊은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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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앤드라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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