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시험주행' Extreme Sport under Control
중국 항주국제공항. 누군가 내뱉은 한 마디가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그 이상의 표현도 없었으리라. 하늘은 뿌옇고 도로는 누렇다. 멋들어진 풍광을 기대한 것도 아니었으나 이건 좀 심하다. 게다가 그런 풍경 속을 무례하게 달리는 이름 모를 중국차들. 신호 위반은 기본이요 역주행마저 예삿일이다. 더욱 기가 막힌 건 이곳이 여느 도시 가운데 깨끗하고 질서정연(?)한 곳으로 이름나 있다나. 중국은 알면 알수록 오묘한 게 많다
그래도 항주가 반가운 이유는 분명했다. 역사상 중국황실의 왕비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곳이다. 그만큼 미인이 많다고 했다. 거리에 예쁜 아가씨들이 넘쳐난다면…, 뿌연 하늘과 그 아래에서 역주행으로 달려드는 자동차쯤이야
끼어들기, 역주행, 미인이 넘쳐나는 중국 항주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이례적으로 중국 항주에서 드라이빙 이벤트를 치렀다. 한국 시장에 본격적인 C-클래스 론칭이 치러지기 직전인 지난해 11월 중순, 어렵사리 차를 타볼 수 있는 기회는 중국이 유일하다고 했다. 항주는 중국의 7대 고도 가운데 하나로 인구 600만의 도시다. 연 평균 기온은 16℃, 날씨가 좋아 여름 관광지로 이름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뉴 C-클래스 트라이얼 드라이브’는 중국 현지 기자단을 대상으로 치러지는 테스트 드라이브였다. 이 행사의 마지막 순서에 한국 기자단도 초청되었다.
중국 현지의 C-클래스 라인업은 우리와 조금 다르다. 국내에 아직 들여오지 않은 고성능 V6도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 행사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서 치러지는 테스트 드라이브 행사에서 거쳐야할 절차가 많았다. 그들만의 고집스런 법규 탓이다. 현지에서 운전하기 위해선 중국 면허증도 있어야 한다. 우리의 국제운전면허는 휴지조각이라고 했다. 웬만한 곳에선 영어도 안 통할 거라고 했다
여러 가지 주의사항 가운데 가장 서늘한 이야기는 맨 마지막에 알려준다.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었다고 교차로에 무턱대고 진입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자칫…, 옆에서 들이닥친 신호위반 차에 들이받힐 수도 있다고 했다
본격적인 시승 행사는 이튿날부터 시작된다. 중국의 C-클래스는 우리나라에 들어온 그것보다 못 생겼다. 아방가르드와 엘레강스 두 모델의 프론트 그릴을 달리해 성격을 나눈 것은 우리와 똑같다. 다만 중국에선 민둥민둥한 C-클래스를, 우리 한국에선 당당하게 AMG 패키지가 기본으로 달려 나온다. 알맹이는 그대로 겉모습만 달리한 ‘패키지’일지언정 공격적인 앞뒤 범퍼와 볼륨감 넘치는 사이드 스커트는 심심하게 생긴 중국버전 C-클래스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물론 차값이 비싸졌을 것이다. 그 차이가 얼마였던들 지금 한국 시장에 팔리?있는 C-클래스의 가격은 많은 부분 합리적으로 책정되었다. 이제 C-클래스가 많은 예비오너의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왔다는 의미다
라인업은 단출하다. 엔트리급으로 C 200 K가 있고, 윗급으로 C 280이 자리를 잡았다. 중국에선 C 280이 고성능으로 통한다. 200 K를 볼륨 모델로, 280은 이미지 리더의 성격이 강하다. 모두 스포티한 아방가르드 디자인을 기본으로 아랫급 C 200 K에만 엔트리급 엘레강스 버전을 더했다
C 200 K는 직렬 4기통 1.8ℓ컴프레서 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184마력을 낸다. 우리의 그것과 같은 라인업이다. 국내에 없는 C 280은 V6 3.0ℓ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231마력을 낸다
시승은 오전에 왕복 3시간 거리의 로드테스트를, 오후는 특설 트랙(?)에서 다양한 테크니컬 드라이빙을 경험할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악명 높은 중국 공안(公安)이 시퍼렇게 눈을 뜨고 돌아다니는데 그 속을 심장 떨리며 무면허로 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주최 측은 운전석 대신 동반석과 뒷자리에 앉아 C-클래스를 살피라 한다. 친절하게도 드라이버도 한 명씩 붙여주었다. 이제 막 베일을 벗은 뉴 모델을 그것도 동반석에서 시승하라니…, 그들의 배려가 오히려 얄미웠다
항주는 대부분의 중국 계획도시가 그렇듯 개발을 뒤늦게 시작했다. 그 덕에 시가지의 모든 길이 곧게 뻗었다. 골목도 반듯, 도로도 반듯하다. 차선도 우리에 비해 폭이 넉넉한 편. 그러나 그 위를 달리는 차들은 그리 반듯하지 못했다
왕복 4차선 도로엔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자전거와 손수레, 게다가 누런 황소까지 뒤섞여 달린다. 이렇다보니 자연스레 클랙슨은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끼어들 때는 비키라고 빵빵, 그 옆에선 끼어들지 말라고 빵빵, 끼어든 다음에는 “왜 빵빵거리느냐”고 빵빵….
복잡한 서울 한복판에서 하루 종일 운전을 해도 울릴까 말까한 클랙슨이 이곳 항주에선 필수적 대화 수단이다. 드라이버들은 아예 클랙슨에 엄지를 올리고 다닌다. 도무지 클랙슨이 남아돌 것 같지 않다. 재미난 소리의 클랙슨을 들여와 팔면…, 분명 대박날 것이다
항주 외곽을 돌아오는 로드테스트에선 모두 10여 대의 C-클래스가 동원되었다. 그 속에서 인테리어를 꼼꼼하게 살폈다. 작은 돌기로 뒤덮인 플라스틱 재질은 질감이 말랑말랑하다. 안전을 위해서다
디자인과 색채 조화는 이전 3세대에 비해 가볍다. 반듯반듯 그어진 인테리어 레이아웃에서 M-클래스를 떠올린다. 비싼 차를 닮았다는 사실은 반갑다. C-클래스는 ‘이 시대 벤츠는 이렇거든요’를 말하듯 많은 부분 패밀리 룩을 지니고 있다
운전석의 무뚝뚝한 표정의 테스트 드라이버의 눈치를 보느라 센터페시아의 버튼조차 제대로 눌러보지 못했다. 결국 반환점을 찍고 되돌아오는 길에는 한없이 편안한 동반석에 앉아 열심히 C-클래스를 타고 서킷을 누비는 꿈에 빠져 꾸벅꾸벅 졸고 말았다.
오후에 치러질 본격적인 테스트는 주최 측이 마련한 임시 트랙에서 치른다고 했다. 오전 내 운전석을 내주지 않아 안달나게 한 다음, 오후엔 제대로 운전석에 앉게 해준다는 의미다. 2개의 테스트 트랙에선 벤츠 고유의 프리-세이프를 경험할 수 있다고 했다
어질리티 컨트롤 등 다양한 신기술 소개해
트랙으로 이동하는 동안에 가슴이라도 설레지 말았어야 했거늘, 테스트 장소는 널따란 주차장을 깡그리 비운 채 파일런을 세워둔 이름 그대로 임시 트랙이었다
첫 번째 테스트는 프리-세이프(PRE-SAFE) 체험. 테스트는 시속 60km로 미끄러운 슬립 패드에 진입한 다음 급선회하면서 위험상황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때 작동하는 C-클래스의 프리-세이프를 경험하는 순서다
도움닫기 후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고, 미끄러운 슬립 패드에 올라선다. 이 상태에서 스티어링 휠을 왼편으로 과격하게 꺾어버린다. 푸시 언더(Push Under)로 진입하며 위험상황을 만드는 것. 앞머리를 코너 안쪽으로 잡아챘지만 이내 곡선라인 바깥으로 미친 듯이 밀려나가며 언더스티어를 일으킨다
타이어는 비명을 지르는 것도 잠시 ESP를 포함한 프리-세이프가 작동하면서 이내 회전곡선 안쪽으로 차가 휘감겨 들어간다. 활짝 열어놓았던 윈도는 스르륵 올라간다. 동시에 시트벨트는 낙하산이 온몸을 들어 올리듯 어깨를 ‘확’ 잡아챈다
이때 미리 열어두었던 윈도는 주먹 크기만 남겨놓고 닫힌다. 충돌 때 에어백이 터졌을 경우 가스가 빠져나올 틈을 남기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윈도가 닫혀있을 때는? 똑똑한 벤츠가 이를 간과할리 없다. 이때는 반대로 윈도를 주먹 크기만큼 후다닥 내린다
그러나 그 현상을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다. 닫힌 윈도가 열리는 모습을 보자고 에어백을 터트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프리-세이프를 원 없이 경험한 다음 드디어 기자단을 대상으로 복합코스 경기가 치러졌다. 주최 측은 슬라럼을 시작으로 급코너와 장애물 피하기, 원선회 등으로 짜인 250m짜리 특별 코스를 준비했다. 성능보다 핸들링과 코너워크가 관건일 것이다. 경기에는 중국 전문기자단과 한국 기자단이 참가했다. 1위 타이틀을 두고 은근히 국가대항 경쟁심이 동한다
양국의 기자단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기록경쟁을 벌였다. 파일런을 건드려도 피니시 라인에 정확하게 멈춰 서지 않아도 벌점이 주어졌다. 타이어가 미끄러지고 파일런을 짓이겨버리는 기자들이 생겨나면서 경쟁은 고조에 이른다
마침내 약 1시간의 경기가 끝났다. 1위는 당연히 한국 기자단이 기록했다. 1등의 부상으로는 은색 C-클래스 아방가르드 한 대가 주어졌다. 물론 1/18의 C-클래스 모델카라는 사실이 아쉽긴 하지만…. 그리고 지금 그 모델카는 <스트라다> 편집부에 고스란히 모셔져 있다
행사의 마지막 순서는 1주 400m의 복합코스를 돈다고 했다. 태어나서 처음 본 400m짜리 트랙은 넓은 주차장에 파일런을 세워 만든 코스다. 이곳에선 어질리티 컨트롤을 본격적으로 느낀다. 왼쪽과 오른쪽, 정신없이 스티어링 휠을 감아가며 코스를 빠르게 달린다
짧고 어지러운 코스에서 정교한 핸들링을 기대할 수 없다. 다만 연속되는 코너에서 스티어링 휠이 예민해짐을 느낀다. 서스펜션을 노멀에서 스포츠 모드로 바꿨을 때 스티어링 휠의 복원력이 빠르고 민감해지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C-클래스의 어질리티 컨트롤은 이를 스스로 알아서 바꿔낸다
기자의 느낌으로 어질리티 컨트롤에서 스포츠 모드로 감쇠력이 변하는 시간은 3~5초다. 변화의 느낌도 서스펜션이 단단해지는 것보다 핸들링의 명민함이 앞서 다가온다. 서스펜션이 단단해지기 시작하면서 핸들링이 먼저 날카롭게 반응하는 것이다
거꾸로 스포츠에서 노멀 상태로 되돌아올 때 걸리는 시간은 조금 더디다. 이미 일반적인 주행 상태가 되었으나 어질리티 컨트롤은 여전히 단단함을 지키고 있다. 바짝 긴장상태로 돌입하는데는 발 빠르지만 이런 긴장을 풀어주는데는 조금 긴 시간이 걸린다
4세대 C-클래스는 오너 중심의 컴팩트 세단으로 시작했던 3세대보다 많은 부분 진보되었다. 프리미엄 브랜드 벤츠의 아이덴티티를 지켜내는 동시에 운전자가 직접 체험하고 조절하며 대응할 수 있는 장비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길지 않은 시간과 길지 않은 코스를 달렸으나 메르세데스-벤츠는 그들이 추구하는 진보의 한 부분을 깊게 체험시켜주었다. 이는 ‘안전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가능한 모든 스포티’ 였다.
C-클래스 다이내믹의 시작점 '어질리티(AGYLITY) 컨트롤'
쇼크 업소버는 가스식과 오일식 두 가지가 있다. 최근 이 두 가지를 혼합해 서로의 성질을 모두 이용하는 방식도 많이 쓰인다. C-클래스 어질리티 컨트롤은 이 쇼크 업소버에서 시작한다. 차체 롤링을 감지해 서스펜션의 단단함을 조절하는 시스템이다
먼저 쇼크 업소버에 2개의 오일방이 있다고 가정하자. 점도가 있는 오일은 이 2개의 방을 서로 오가며 댐핑 압력을 만든다. 각 방에는 문이 달려있는데 오일은 이 문을 통과한다. 순간적으로 차체 좌우 롤링이 커지면 즉 오일의 움직임이 빨라지면 쇼크 업소버는 스스로 오일방의 문을 닫기 시작한다. 오일이 빠져나가고 되돌아오는데 저항이 걸리면서 쇼크 업소버의 위아래 움직임도 단단해진다. 즉 쇼크 업소버의 감쇠력이 커지는 것. 어질리티 컨트롤은 이 원리를 이용한다
여기에 또 하나 있다. 진짜(?) 어질리티 컨트롤은 따로 있다. 이른바 보다 진보한 ‘어드밴스드 어질리티 컨트롤’이다. 국내에선 C 230에만 옵션으로 달리는 것으로 이름은 ‘다이나믹 핸들링 패키지’로 바꿨다. 센터페시아에 버튼을 누르면 차는 돌변한다. 쇼크 업소버의 댐핑 압력은 물론 드로틀 밸브의 반응속도까지 빨라진다. 트랜스미션의 변속 타이밍도 각 기어별로 길게 끌고 간다. 고회전을 제대로 써먹기 위해서다. 물론 스포츠 드라이빙을 위해 ESP도 적당한 슬립을 허용하며 개입시점을 늦춘다
'카앤드라이빙 > 리뷰/프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3천만 원대 '2008년 중저가 뉴 모델' (0) | 2008/02/08 |
|---|---|
| 2008년 BMW의 X6가 다가온다 (5) | 2008/01/27 |
|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시험주행' Extreme Sport under Control (0) | 2008/01/26 |
| 8th Evolution '혼다 뉴 어코드' (0) | 2008/01/24 |
|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100대 한정 모델 공개 (1) | 2008/01/24 |
| '렉서스 IS250' 한국형 내비게이션 얹어 진화의 마침표를 찍다! (0) | 2008/01/23 |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