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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거리에서 애스턴마틴과 마주친 이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우렁찬 엔진의 울부짖음에 가려 그들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지만, 동그랗게 오므렸다 활짝 펴는 입 모양이 딱 외마디 감탄사다. 그리고 나선 약속이나 한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수군댄다. 애스턴마틴. 100년 가까운 역사를 뽐내는 자동차 메이커지만 우리에겐 여전히 멀고도 낯선 존재다. 애스턴마틴은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스포츠카 메이커다.

애스턴마틴은 설립 초기부터 자동차 레이스에 뛰어들어 화려한 명성을 쌓아왔다. 또한 007의 본드카로 등장해 상상력의 불씨를 지폈다. 그러나 재규어나 랜드로버, 로터스 같은 영국의 다른 자동차 메이커처럼, 애스턴마틴 역시 잊을만하면 찾아드는 경영난 때문에 오너가 일곱 차례나 바뀌는 아픔을 겪었다.

 
 

레이스광이 세운 스포츠카 메이커

때는 1913년. 영국 런던에서 자동차를 팔던 리오넬 마틴(Lionel Martin)과 로버트 뱀포드(Robert Bamford)가 “우리가 직접 자동차를 만들어보자”며 의기투합해 회사를 세웠다. 설립자 중 한 명인 마틴과 그가 활약했던 레이스 ‘애스턴 힐 클라임’(Aston Hill Climb)을 조합해 간판에 내걸었다. 영국 스포츠카의 상징적 아이콘, 애스턴마틴이 탄생하던 순간이었다.

1915년 애스턴마틴의 첫 번째 자동차가 선보였다. 이소타 프라스키니(Isotta-Fraschini)의 섀시에 직렬 4기통 엔진을 얹은 차였다. 그러나 곧이어 1차 세계대전이 터졌다. 혈기왕성한 두 젊은이는 주저 없이 군대로 뛰어갔다. 마틴은 해군, 뱀포드는 육군에 입대했다. 주인을 떠나보낸 애스턴마틴의 설비는 한 항공회사에 팔렸다.

전쟁이 끝났다. 1920년 애스턴마틴은 영국 켄싱턴에서 부활했다. 뱀포드는 회사를 떠났지만, 마틴은 되돌아왔다. 회사의 이름 또한 고스란히 유지됐다. 1922년, 애스턴마틴은 1915년 생산 불발에 그쳤던 모델을 프랑스 그랑프리에 출전시켰다. 결과는 해피엔딩. 애스턴마틴은 세계 속도기록을 세웠다. 영국 브룩랜즈에선 내구 레이스 신기록도 거머쥐었다.

애스턴마틴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계기였다. 그러나 회사의 기반이 부실했다. 1926년 애스턴마틴은 공장 문을 닫았다. 이듬해 몇 명의 부유한 투자가가 회사를 인수했다. 회사 이름은 애스턴마틴 모터스로 바뀌었다. 공장은 시트로엥의 옛 시설을 활용했다. 르망 등의 경주에도 부지런히 참가했다. 그러나 1932년 또 다시 재정 문제가 회사를 뒤흔들었다.

주인이 몇 차례 바뀐 끝에 1936년 애스턴마틴은 경주보다 양산차 생산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결정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애스턴마틴은 초미니 자동차 메이커에 머물렀다. 1936년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가지 누적 생산 대수는 700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전쟁 중엔 돈을 벌기 위해 항공기 부품을 생산하기도 했다.

1947년 데이빗 브라운 경(Sir David Brown)이 애스턴마틴을 사들였다. 비슷한 시기에 영국의 또 다른 자동차 메이커 ‘라곤다’(Lagonda)도 함께 인수했다. 그리고 직원 및 생산 시설을 한 데 통합했다. 데이빗 브라운 경이 인수한 이후 애스턴마틴의 생산 모델엔 오너 이름의 이니셜을 딴 DB가 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전통은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레이스와 본드카로 이름 알려

레이스에서의 명성은 계속됐다. 1951년 애스턴마틴 DB2가 르망 24시간 경주의 3ℓ클래스에서 1~3위를 휩쓸었다. 1953년엔 애스턴마틴 최초의 2+2 좌석을 갖춘 DB2/4가 양산에 들어갔다. 1959년엔 ‘틱포드’(Tickford)란 자동차 업체를 사들이면서 공장을 뉴포트 쪽으로 옮겼다. 1964년 영화 ‘007 골드핑거’에 DB5가 본드카로 등장하며 유명세를 탔다.

1970년 애스턴마틴은 윌리엄 윌슨이 소유한 컨소시엄에 팔린다. 그리고 1975년엔 북미의 사업가, 피터 스프라우와 조지 민덴에게 다시 팔렸다. 둘은 애스턴마틴 생산 시설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1977년 V8 밴티지, 이듬해엔 컨버터블 버전인 볼란테를 잇달아 선보였다.

1980년 애스턴마틴은 MG를 인수하고자 했다. 소형 스포츠카 라인업을 강화해 세력을 키워볼 요량이었다. 하지만 언론에 이 계획이 새어나가면서 물거품이 되었다. 그런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경영난까지 가중됐다. 판매는 끝없이 곤두박질쳤다. 전 세계에서 한 주에 석 대 정도 팔렸다. 애스턴마틴은 또 다시 생사의 기로에 섰다. 같은 해 애스턴마틴은 새로운 오너를 맞아 근근이 명맥을 잇다가 1987년 지분의 75%를 인수한 포드의 품에 안겼다. 1994년 포드는 블록스햄에 새 공장을 지었다.

같은해 포드는 나머지 25%의 지분마저 인수했다. 그리고 이안 칼럼이 디자인한 DB7을 선보였다. 이듬해 판매대수는 700대.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2001년엔 V12 엔진을 얹은 뱅퀴시를 내놨다.

지난해 초 포드는 국제자동차경주대회 관계자인 데이빗 리처드와 개인수집가 존 신더스, 쿠웨이트 투자업체 다르&아딤이 결성한 컨소시엄에 8억4천800만 달러어치의 애스턴마틴 주식을 넘겼다. 애스턴마틴이 PAG 해체의 물꼬를 튼 셈이다. 7천700만 달러의 지분은 포드가 계속 보유하며, 경영진이나 생산 시설엔 변화가 없다.

현재 애스턴마틴의 생산 모델은 DBS, DB9, V8 밴티지 쿠페와 로드스터 등 네 차종. 곧 4도어 스포츠 세단, 래피드와 차세대 뱅퀴시도 선보일 예정이다. 애스턴마틴의 CEO는 포르쉐 911 터보, BMW Z1 등을 개발한 울리히 베츠(Ulrich Bez) 박사.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1993~1998년 부평에 머물며 매그너스용 직렬 6기통 엔진을 개발했다. 부인도 한국인이다.

그는 지난 2000년 애스턴마틴으로 옮긴 이후 판매현황과 제품의 경쟁력, 원가 구조 등을 면밀히 분석했다. 그리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애스턴마틴만의 플랫폼이 절실하다고 결론 내렸다. ‘수직’과 ‘수평’의 이니셜을 조합한 이름이 붙은, VH 플랫폼은 그렇게 태어났다. V8, V12 엔진의 애스턴마틴 전 차종과 조만간 선보일 래피드, 신형 뱅퀴시도 함께 쓴다.
 

 
 

애스턴마틴 부활의 견인차

이번 시승의 주인공, V8 밴티지는 2003년 컨셉트카 ‘AMV8’로 첫 선을 보였고, 2005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식 데뷔했다. 과거 애스턴마틴은 GT 모델 가운데 가장 강력한 성능을 지닌 모델에만 ‘밴티지’를 붙였다. 지금은 라인업 가운데 가장 아담하고, 민첩한 모델에 붙인다. 애스턴마틴이 밝힌 V8 밴티지의 라이벌은 엔트리급 페라리와 포르쉐 911 시리즈다.

V8 밴티지는 보는 이의 넋을 빼놓을 만큼 섹시하다. 납작하고, 미끈하다. 잘록한 허리와 불거진 펜더, 빵빵한 힙의 서로 다른 조형미가 황금비율로 어우러졌다. 성정체성이 모호한 재규어 XKR과 달리 V8 밴티지는 다분히 남성적이다. 디자이너는 덴마크 출신의 헨릭 피스커(Henrik Fisker). BMW Z8 로드스터를 그린 주인공이기도 하다.

애스턴마틴 V8 밴티지의 사이드 스텝과 엔진 커버엔 ‘Hand Built’란 문구가 새겨져 있다. 수작업으로 한 대씩 만드는 까닭이다. 차체를 이룬 알루미늄과 스틸은 접착제와 리벳으로 붙이는데, 일단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 접착제가 굳어버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차체를 조립하는 영국 게이든 공장은 95명이 3교대로 24시간 쉬지 않고 작업한다.

독일 콜론(Cologne)에서 숙련공이 한 기씩 정성껏 조립하는 V8 4.3ℓ엔진은 7천300rpm에서 380마력, 5천rpm에서 41.8kg·m를 낸다. 흡기 쪽엔 가변밸브 타이밍기구를 붙였다. 재규어의 AJ-V8 엔진을 기본으로 삼았지만, 거의 모든 부품을 애스턴마틴이 새로 디자인했다. 코너링 때 엔진 오일을 쏠림 없이 뿌릴 수 있도록 드라이섬프 윤활시스템도 더했다.

엔진은 앞 액슬 뒤쪽에 세로로 얹는다. 이른바 프런트 미드십 구조다. 앞뒤 무게배분은 49 : 51. 변속기는 애스턴마틴 최초의 수동 6단. 반자동 변속기 스포츠 시프트도 마련했다. 변속기를 거친 파워는 뒷바퀴로 이어진다. 브레이크는 방열 구멍을 송송 뚫은 디스크를 어울린 브렘보제. 캘리퍼엔 애스턴마틴 엠블럼을 그려 넣었다.

V8 밴티지는 애스턴마틴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모델이다. 1992년 애스턴마틴의 생산대수는 46대. 토요타 공장이 3분이면 쏟아낼 물량이었다. 울리히 베츠가 처음 왔을 때만 해도 DB7 한 차종을 연간 300대 생산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6년 생산대수는 7천 대 이상. 그 중 V8 밴티지가 4천200대였으니, ‘애스턴마틴 부활의 견인차’란 표현엔 과장이 없는 셈이다.
 

 
 

국내에선 찾아보기 힘들어

내 마음 속 선입견의 벽은 높고도 견고했다. 애스턴마틴은 섹시한 자태를 빼면 별 것 없을 거란 믿음이었다. 과거 레이스에서의 화려한 후광과 본드카로서의 인지도를 등에 업고,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는 차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애스턴마틴의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묻지마’식 편애를 아끼지 않는 영국 언론에 대한 반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아가 시승할 기회가 없기도 했다. 공식적으로 수입되지 않아서다. PAG 소속이던 시절, 혹시 수입되지 않을까 기대를 모았지만 끝내 우리 땅을 밟진 못했다. 현재 국내에 굴러다니는 몇 대의 애스턴마틴은 병행수입업체를 통하거나 개인적으로 들여온 것. 이번 시승에 나선 V8 밴티지도 오스트리아의 애스턴마틴 딜러에서 산 넘고 바다 건너 온 귀하신 몸이다.

애스턴마틴 V8 밴티지와의 첫 만남. 호기 좋게 다가선 것까진 좋았다. 그런데 손잡이가 얄따란 윤곽만 남긴 채 도어에 녹아들었다. 우물쭈물 거리다 망신살 뻗치게 생겼다. ‘당길 수 없으니 눌러보자.’ 손가락 끝에 까칠하게 와 닿는 음각 표시를 누르자 길쭉한 막대가 솟아오른다. 가냘파 보이는 손잡이를 당기자, 비로소 도어가 비스듬히 솟구치며 번쩍 열린다.

아무렴 전통과 희소성이 남다른 애스턴마틴인데, 문 여는 방법부터 평범해서는 체면이 서지 않을 터다. 차는 조아리듯 땅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몸을 반으로 접으면서, 엉덩이를 빙그르르 돌려 시트에 얹었다. 시트의 양 날개가 딱히 도드라진 것 같진 않은데, 허리와 허벅지를 제법 죈다. 기대감과 긴장감이 순서 없이 뒤섞인다. 이 맛에 이런 차를 탄다.  

어딜 봐도 화사한 브라운 컬러 가죽 천지. 시트와 도어 트림, 대시보드는 물론 글러브박스까지 빠짐없이 감쌌다. 필러와 천정엔 까슬한 감촉의 알칸타라를 발랐다. 실내는 답답하다. 차를 힘겹게 밀고 나가야할 것 같은 느낌이다. 앞좌석을 향해 거우듬히 부푼 대시보드와 가운데를 가까스로 벌리는 듯한 디자인의 센터페시아 때문이다.

주차 브레이크는 운전석과 도어 사이에 자리한다. 한 번 당기면 잠기고, 버튼을 누른 채 한 번 더 당기면 풀린다. 언제나 바닥에 누운 상태여서 출발 전에 계기판의 경고등을 확인하는 수고가 뒤따른다. 파워 윈도나 사이드 미러 조절 스위치는 낯익다. 볼보와 함께 쓰는 까닭이다. 센터페시아 스위치의 크기나 배치는 인간공학적인 배려와 거리가 멀다.
 

 
 

안팎에 남다른 개성 물씬해

기어 레버는 작달막하고 두툼해서 쥐는 맛이 끝내준다. 조작 느낌은 자연스럽다. 레버의 길이는 짧되 이동거리가 옹색치 않고, 필요 이상 뻑뻑하지도 않다. 각 기어 단수별 간격은 촘촘히 붙은 편. 하지만 일단 밀어 넣은 뒤엔 꼿꼿이 제 자리를 지킨다. 따라서 2단인지 4단인지 헷갈릴 염려가 없다. 후진은 레버를 꾹 눌렀다가 왼쪽으로 밀어 올려 넣는다.

스티어링 칼럼 옆에 시동키를 꼽고 비틀자, 계기판 한 복판의 정보창에 ‘힘’(Power), ‘아름다움’(Beauty), ‘영혼’(Soul)의 세 단어가 차례로 떴다가 홀연히 사라진다. 별일이다. 스스로 이런 문구를 띄우는 차는 처음 봤다. 울긋불긋한 경고등은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엔진은 미동조차 없다. 센터페시아 위쪽의 동그란 크리스털 스위치만 영롱하게 빛날 뿐이다.

스위치를 눌러도 반응이 없다. 혹시나 싶어 클러치를 깊숙이 밟자, 비로소 스위치가 발갛게 물든다. ‘아하, 이거 구나.’ 버튼을 꾹 누르자 겨우 참았다는 듯, 진득한 느낌의 배기음을 후련하게 내뱉는다. 등골 오싹한 음색. 만만치 않겠다. 1월의 어느 날 어스름한 저녁께, 애스턴마틴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손꼽히는 V8 밴티지를 몰고 나섰다.

걱정과 달리 클러치는 발목이 욱신거릴 만큼 무겁지 않다. 수동변속기의 포르쉐 911 카레라와 비슷한 정도다. 이런 성격의 차가 으레 그렇듯, 어중간한 유격은 없다. 조금만 어설프게 클러치를 이으면 발밑에서 들들거리며 뭔가 갈리는 듯한 소리가 난다. 차 밖에선 더 크게 들린다. 수동변속기에 능숙한지, 그렇지 않은지 얼렁뚱땅 숨길 방법이 없다.

애스턴마틴만의 톡톡 튀는 개성은 계기판에도 어김없이 스몄다. 연료계·속도계·타코미터·유온계의 기본 4종 세트 구성이야 다른 차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런데 속도계와 타코미터의 바늘이 날개를 퍼덕이듯 서로 반대편으로 치솟는다. 1단을 찔러 넣고, 조심스레 클러치 페달을 떼자 잠시 낯가림하듯 울컥거리더니 서서히 속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엔진회전수를 높이지 않고 순항할 때 V8 밴티지는 더없이 온순하다. 나지막이 으르렁댈 뿐이다. 엔진에 불을 붙여 숨통을 틀 때의 그악스러운 포효는 찾아볼 수 없다. 서스펜션은 스트로크가 짧고 단단한 편이지만, 댐퍼가 스프링의 진동을 감쪽같이 걸러내 승차감은 작은 차이나마 포르쉐 911 카레라보다 나은 느낌이다. 장거리 운전이 부담스럽지 않을 수준이다.
 

 
 

수퍼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

드디어 차선이 뚫렸다. 가속 페달을 깊숙이 찔러 밟자, 차는 팽팽히 당겨진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쏜살같이 튀어나간다. 볼 살이 당기고 등이 시트에 떡 들러붙는다. 시야가 서서히 좁아진다. 엔진과 머플러가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자극적인 음색에 머리칼이 쭈뼛 서고,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정녕 예상 못했다. 애스턴마틴의 사운드가 이토록 황홀할 줄은.

자연흡기답게 엔진은 아찔하게 가파르되 굴곡 없이 매끄럽게 정점을 향해 치닫는다. 레드존 표시가 없던 타코미터 위쪽에 빨간 눈금이 하나씩 표시되더니, 세 줄을 채우자 연료가 차단됐는지 차가 부르르 떨며 진저리를 친다. 잽싸게 기어봉을 휘저어 업 시프트. 찰나 숨을 고른 엔진은 8개의 실린더에 화염을 불사르며 맹렬히 파워를 토해낸다.

V8 밴티지의 제원성능은 0→시속 60마일(97km) 가속 4.9초, 시속 100km 가속 5초다. 운전자를 휘두를 만큼 폭력적인 성능은 분명한데, 희소성 때문에 은근히(특히 국내에서) 수퍼카 대접을 받는 위상을 감안하면 왠지 아쉽다. 요즘 빠른 차가 워낙 흔해서다. 무게가 2톤에 가까운 렉서스 LS460도 380마력 엔진으로 일명 ‘제로백’을 5.7초에 끊는 세상이다.

하지만 직접 몰아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수치로 설명될 수 없는 스릴이 흥건히 괴었다. 가속은 수퍼차저를 붙인 XKR보다 되레 난폭하다. 이성과 감성을 무지갯빛으로 물들이는 사운드 때문이다. 스티어링은 답력은 굉장히 무겁지만, 움직임이 부드럽고 매끈하다. 스티어링과 변속기, 페달의 묵직한 느낌 때문에 몸놀림은 실제보다 훨씬 가볍고 민첩하게 느껴진다.

이런 느낌을 더하는 건 돌덩이 같은 차체 강성. 신경질적으로 드로틀을 열면서 차선을 가로지르거나, 인정사정없이 브레이크 디스크를 쥐어짜며 코너를 감아 돌 때도 차체는 거푸집을 씌워 놓은 것처럼 단단한 질감을 유지한다. 엔진룸은 물론이요, 트렁크 안쪽까지 겹겹이 엮어놓은 스트럿 바를 굳이 확인하지 않더라도, 등판과 엉덩이, 손바닥이 먼저 알아챈다. ‘

경주차의 스릴과 짜릿함을 담은 스포츠카’. 애스턴마틴이 V8 밴티지를 선보이면서 내건 슬로건이다. 그들의 말처럼 V8 밴티지엔 야성이 불거졌다. 충분히 다듬었으면서도, 야생마 같은 난폭함을 능청스럽게 덧씌웠다. 여기에 지나치게 예민하지 않은 스티어링 감각과 매끄럽게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서스펜션을 더해 라이벌과의 경계선을 뚜렷이 그었다.

편안한 420마력의 재규어 XKR과 두려운 380마력의 애스턴마틴 V8 밴티지. 작은 느낌의 차이가 이처럼 다른 결과를 낳는다. V8 밴티지를 다듬기 위해 뉘르부르크링에서 불사른 애스턴마틴의 열정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V8 밴티지의 감흥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싶으면, 스피커 볼륨을 최대한 높이고 애스턴마틴 홈페이지(http://www.astonmartin.com)에 접속해 화면 중앙의 시동 버튼을 눌러 보시길. ‘오톨도톨 소름이 돋고 눈물이 핑 돈다’에 주저 없이 돈을 걸겠다.
 

 출처 : 다나와&스트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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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앤드라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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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키맨틀 2008/02/10 15:47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전 한번도 실제 모습을 본 적도 없다는 ㅠ ㅠ

    • 2년전에 V8반티지를 타봤습니다. 그때 기억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데,타 차량의 마력보다 더 잘나가는 느낌이 있습니다. 약간 답답한 시야가 마세라티와는 차별이 되었구요.. 생각했던것보다 차가 많이 거칠게 느껴져서... 외형은 쿠페인데... 럭셔리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습니다. 마세라티 쿠페도 출력에 비해서는 상당히 거친느낌인데, 반티지도... 엄청 거칠다는 느낌이... 윗급인 DB9도 경쟁차종이라고도 할수있는 컨티넨탈 GT와 비교하면 너무 거친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외형도 멋지지만, 거친주행질감이 너무 좋은놈이죠.. 우리나라에서는 메인터넌스를 하기가 힘들다는점과 초기인증때문인지, 너무 고가로 판매하여, 몇대 없는듯합니다... 컨티넨탈 GT는 오토미션과 커다란 덩치가 몇몇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도했고 지난해에는 정식런칭절차를 거치면서 흔해졌지만... 일단 가까이에있는 아우디 RS4도 수동 + 고가의 하모니로 안팔렸고, 골프GTI도 5세대에 들어와서 DSG미션장착으로인하여, 판매량이 많은걸보면 우리나라에서 수입차 = 오토 인식깨기가 힘든상황인것 같습니다.. 물론, 수동을 고집하는 매니아들도 여전히 있지만요~ ^^

  2. 자동차 디자인 2009/02/04 23:53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애스틴마틴... 디자인 좋은거 인정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