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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 기술’은 원자나 분자 단위에서 물질을 제어하고, 합성·조립하는 테크닉을 뜻한다. ‘나노’(Nano)는 10억분의 1을 뜻하는 접두어. 1나노미터(nm)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정도 길이를 뜻한다. 나노와 더불어, 상상을 뛰어넘는 나누기의 개념은 오롯한 현실로 거듭났다. 눈으로 볼 수 없던 세상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된 건 나노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나노를 처음 화두로 제시한 이는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 2000년 ‘국가나노기술구상’을 발표한 게 그 시발점이었다. 그는 나노 기술을 이용해 솜털처럼 가벼우면서 강철보다 10배 강한 물질을 합성하고, 미국 국회도서관의 자료 전체를 각설탕한만 부피에 수록할 메모리를 만들 수 있다고 선언했다. 이후 나노 기술에 대한 관심은 전 세계로 ‘쓰나미’처럼 퍼져나갔다.

 
 

240만 원짜리 초저가차

지난달 인도에서 나노 소식이 들려왔다. 10억분의 1을 뜻하는 나노는 아니지만, ‘나눔의 정신’이 밑바탕에 깔려있다는 점은 비슷하다. 이번에 나노를 이슈화한 주인공은 대우상용차를 인수해 국내에 널리 알려졌고, 재규어·랜드로버 인수로 전 세계의 관심을 단박에 거머쥔, 인도의 타타 모터스. 그들이 일찌감치 예고했던 초저가차, 나노가 드디어 선보였다.

나노라는 이름을 붙인 건, 높은 수준의 기술이 접목된 초소형차이기 때문이다. 값은 미화로 2천500달러(약 240만 원). 인도에서 생산되는, 가장 비싼 모터사이클과 비슷한 값이란다. 타타 모터스는 나노의 애칭을 ‘대중의 차’(People’s Car)라고 지었다. 자동차 값의 패러다임을 바꾼 타타 모터스는 인도 최대의 재벌, 타타 그룹의 계열사 가운데 하나다.

지난 호의 칼럼을 통해 소개했듯이, 1945년 중장비 제조업체로 시작한 타타 모터스는 현재 인도 최대의 자동차 회사다. 1954년 당시 다임러 벤츠와 협력관계를 맺고 상용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2006~2007년 회계연도의 매출은 72억 달러.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을 뿐, 전 세계의 대형 트럭 메이커 가운데 5위, 버스 메이커로는 2위의 규모를 뽐낸다.

인도의 중대형 상용차 10대 가운데 7대엔 타타 엠블럼이 붙어 있다. 세부 모델까지 헤아리면 차종만 130가지 이상. 타타 모터스는 인도 최초의 경상용차와 SUV를 만들었고, 1998년부터는 인도에서 처음으로 고유 개발한 승용차, 타타 인디카(Tata Indica)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출시된 지 2년 만에 타타 인디카는 인도 동급 자동차 시장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타타 모터스는 지난 2004년 대우상용차를 인수하면서 우리에게도 더 이상 낯설지 않은 기업이다. 2005년엔 스페인의 버스 메이커인 히스파노 카로세라(Hispano Carrocera)의 지분 21%를 사들였다. 인도 푸네(Pune)엔 공장과 더불어 R&D 센터도 갖췄다. 충돌시험, NVH 테스트 시설까지 갖춘 R&D 센터에서는 엔지니어와 개발자 1천400명이 일하고 있다.  

피아트와의 관계도 돈독하다. 현재 피아트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인도 및 해외 시장을 위한 승용차와 엔진, 변속기를 생산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피아트의 픽업, 코르도바(Clordoba)를 라이선스 생산하고 있기도 하다. 아울러 타타 모터스는 인도에서 피아트 브랜드 자동차의 수입 및 판매원을 겸하고 있다.

 
 
 

‘버림의 미학’으로 영근 결실

타타 나노는 지난 1월 10일, 인도 뉴델리에서 막을 올린 ‘오토 엑스포’(Auto Expo)에서 데뷔했다. 나노의 길이×너비×높이는 3.1×1.5×1.6m. 대우 마티즈보다 작은 크기다. 심지어 우리보다 크기 규제가 엄격한 일본의 경차보다 너비, 높이만 살짝 클 뿐 길이는 더 짧다. 디자인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분위기. 일본 미쓰비시의 아이(i)와 닮은꼴인 까닭이다.

RR 방식인 점 또한 미쓰비시 아이와 판박이. 뒷좌석 밑바닥에 놓인 엔진이 뒷바퀴를 굴리는 구조란 얘기다. 과거 대중차를 표방한 모델이 널리 쓰던 방식이다. 설계가 간단할 뿐 아니라 부품 개수를 줄일 수 있어서다. 폭스바겐 비틀이나 피아트 500의 원조가 모두 RR 방식이었다. 포르쉐 911이 RR 방식인 것도 엄밀히 따지자면 뿌리가 비틀에 있기 때문이다.

나노의 엔진은 직렬 2기통 623cc. 배기량은 일본 경차의 660cc보다도 작지만, 헤드와 블록을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무게를 줄이고 전자제어식 연료분사 시스템을 쓰는 등 요즘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는 기술을 담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터보나 AWD 시스템 등 값비싼 장비는 없다. 최고출력은 33마력. 변속기는 수동 4단을 쓴다.

이렇게 저렴한 값에 차를 내놓을 수 있었던 비결은 ‘버림의 미학’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런 말도 있지 않던가. ‘버려야 얻는다.’ 물론 해석은 입맛 대로다. 노자는 사사로운 욕심을 버려야 천하를 얻을 수 있다고 충고했고, 법정 스님은 무소유를 통해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엘빈 토플러는 쓰레기 지식을 과감히 내던져야 부(副)를 얻을 수 있다고 귀띔한다.

사실 버린다는 행위 자체가 어려운 건 아니다. 무엇을·어떻게·얼마나 버릴지 결정하는 게 어려운 거다. 타타 모터스는 나노를 개발하면서 꼭 필요한 것만 빼곤 망설임 없이 버렸다. 그러면서도 라탄 타타 회장이 꿈꾸던, 날씨에 개의치 않고 네 명을 실어 나를 수 있는 네 바퀴 이동수단을 완성시켰다. 최고속도는 시속 130km. 고속도로도 거뜬히 달린다.

물론 나노엔 없는 게 많다. 기본모델은 파워스티어링과 에어컨, 라디오도 없다. 윈도도 손으로 돌려 여닫는다. 시트는 등받이를 기울이거나, 앞뒤로 움직일 수 없다. 와이퍼는 외팔이다. 플라스틱을 많이 썼고, 그나마 접착으로 이어 붙인 데가 많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의 표현이 걸작이다. “나노는 ‘부족함의 정신’이 깃든 간디식 엔지니어링의 산물이다.”

 
 
 

인도의 중산층을 위한 차

“나는 스쿠터를 타고 달리는 인도 가족을 본적이 있습니다. 아버지가 어린 아이를 품에 안은 채 핸들을 쥐었고, 뒷좌석엔 아기를 안은 아내를 태웠더군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전 안전하고 합리적인 값의 가족용 운송수단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타타 그룹의 회장, 라탄 나발 타타(Ratan Naval Tata)가 담담히 밝힌, 나노를 개발하게 된 배경이다.

피아트의 창업자나, 비틀의 개발을 지시한 히틀러, 미니 개발의 주역 알렉 이시고니스 또한 이와 비슷한 말을 남긴 적 있다. 물론 히틀러의 경우 논란의 여지가 있다. 결과적으로 대중의 지지를 이끌기 위한 사탕발림이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노엔 보다 많은 이가 자동차라는 이동수단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타타 그룹 회장의 ‘나눔의 철학’이 올올이 배어들었다.

나노는 개인 이동수단을 갈망하는 인도인의 숙원을 풀어줄 해결책이기도 하지만, 개발도상국의 엄청난 잠재수요를 겨냥한 벌이 수단이기도 하다. 전 세계의 주요 자동차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 현재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시장은 인도, 중국 등 인구가 많은 개발도상국에 속해 있다. 중국은 일본을 앞지른 지 오래고, 인도는 이미 11위권이다.  

따라서 초저가차는 마진이 빠듯하긴 하지만, 무한한 잠재력을 품었다. 타타 모터스의 나노가 처음을 장식하긴 했지만, 조만간 이급의 시장에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르노-닛산, 토요타, 혼다, 폭스바겐, GM이 500만 원을 넘지 않는 저가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 역시 중국와 인도에서 400~500만 원대의 저가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타타 모터스의 나노를 바라보는 시선이 모두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타타 측은 모든 안전기준을 만족시킨다지만, 아직 세계적인 인증기관의 테스트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자체적인 테스트를 거쳤다”고 밝혔을 뿐이다. 미국, 유럽에 수출하진 않겠지만 배기가스 문제도 베일에 싸여 있다. 타타는 “모터사이클보다 훨씬 낫다”며 느긋한 모습이다.

아울러 대중을 위한 차라지만, 값이 인도인의 1인당 평균소득의 두 배에 가깝다. 인도엔 나노의 새 차 값으로 살 수 있는 중고차도 많다. 그러나 나노를 낳은, 타타 그룹의 회장, 라탄 타타의 믿음엔 변화가 없어 보인다. 나노에 대한 라탄 회장의 생각을 엿볼 수 있겠다싶어, 타타 모터스 홈페이지에 소개된 인터뷰 형식의 자료를 간략하게 다듬어 덧붙인다.

 
 

오랫동안 꿈꿔온 계획의 타당성을 입증해 보일 참인데, 불안하진 않은가?
인도인에게 이동은 크나큰 관심 분야 가운데 하나다.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개인의 이동은 나날이 불편해지고 있다. 더욱이 대중교통의 여건은 열악하고, 그나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제한되어 있다.

인도에서 부부가 어린 아이 두 명을 사이사이에 끼운 채 스쿠터를 몰고 달리는 풍경이 낯설지 않은 이유도 마땅한 운송수단이 여의치 않은 데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두 바퀴로 달리는 모터사이클은 온 가족을 태우고 달리기에 위험하다.

나노의 아이디어는 여기에서 출발했다. 나는 이들이 좀 더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이동수단을 만들고 싶었다. 초기 아이디어는 메모지에 그린 낙서 수준이었다.

스쿠터를 먼저 그린 뒤 주위에 이것저것 덧붙여 봤다. 문득 스쿠퍼 부품을 이용한 네 바퀴 자동차가 떠올랐다. 난 곧바로 인도 공업협회에 연락해서 ‘아시안 자동차’란 컨셉트로 아시아 각국에서, 여러 나라에서 만든 부품을 조합해 자동차를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사실 익히 경험했던 상황이었다. 타타가 처음 인디카를 만들려고 했던 시절, 직원의 반응도 그랬으니까. 인도에서 자동차를 디자인하고, 생산해서 판매하는 계획?솔직히 비웃음거리였다. 하지만 현실로 이뤄냈다. 난 나노 역시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망설임 없이 타타 모터스에 저가차 프로젝트 팀을 만들었고, 이렇듯 현실로 바꿨다.

나노의 값은 어떻게 정했나?
사실 10만 루피(약 2천500달러)란 값을 미리 못 박고 개발에 나선 건 아니었다. 모터쇼장에서 한 영국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값은 얼마 정도?”냐는 질문에 엉겁결에 10만 루피라고 말했고, 그 다음날 대서특필되면서 나노의 값은 개발도 되기 전에 기정사실화됐다.

사실 처음엔 좀 당황스러웠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못할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터쇼에서 돌아온 난 직원들에게 나노의 값을 못 박아 버렸다. 사실 현재 발표된 나노의 값은 원래 우리의 목표를 웃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가면 더욱 값을 낮출 여지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애당초 결정했던 것보다 값이 오른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원자재 값의 상승이다. 스틸을 예로 들면 프로젝트 진행시간과 비례해 꾸준히 값이 올랐다. 두 번째로 합법적인 자동차를 만들고자했기 때문이다. 단지 네 바퀴 모터사이클이었다면 얘기가 달랐을 거다. 도어도 필요 없고, 사방을 윈도로 꼭 틀어막을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나노는 자동차 업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하나?
스와치를 예로 들고 싶다. 저렴한 값과 세련된 디자인, 다양한 제품군을 지니고 있다. 난 반문하고 싶다. 스와치가 고급 제품으로 명성 높은 스위스의 시계 공업을 끝장냈는지. 전혀 그렇지 않다. 니치 마켓을 일궜을 뿐이다.

시티즌이나 세이코 같은 일본 시계 메이커의 목을 죄지도 않았다. 대신 그들이 저렴한 시계를 내놓도록 이끌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저가 시계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스와치 덕분에 여러 개의 시계를 기분에 따라, 취향에 따라 부담 없이 번갈아 찰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난 나노 역시 스와치처럼 전혀 새로운 니치 뗑舅?열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타타 모터스의 도전을 회의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은 이유는?
첫째는 기득권을 잃을까 걱정돼서고, 둘째는 나노가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나노가 언급할 가치조차 없는 차라면, 이렇듯 맹렬하게 공격하지도 않을 것이다. 나노는 몇몇 업체를 충분히 불안에 떨게 만들 존재다. 심지어 삼륜차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나노를 공격하는 이들은, 나노 때문에 불안한 이들이다.  

출처 : 다나와&스트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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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앤드라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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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thehamletnews.com BlogIcon 클로이 2012/03/17 05:09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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